상세 date : 2005.08.22 , hit : 4,426
제목 윤리경영 안하면 생존 불가능-ISO, 기업사회책임 무역장벽화 추진 첨부화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08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한 국제기준을 제정해 시행키로 했다. CSR이 새로운 무역(비관세) 장벽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는 그 절박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부가 인식을 공유한 수준이지만 준비 또한 전무하다시피 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반부패ㆍ노동인권보장 등을 망설이거나 혐오하는 재계 공통의 태도는 CSR의 정착에 최대 걸림돌이다. 무노조 정책, 뇌물공여나 공정거래법위반 등을 보고하지 않는 사업관행도 마찬가지다. 재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을 로비로 무력화시킨 바 있다.   

  ISO는 지난달 초 브라질에서 CSR총회를 열고 CSR 국제표준을 2008년부터 시행키로 결정했다. 총회는 기업들이 국제표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할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하자는 유럽국가들의 주장을 수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머잖아 인증제로 갈 가능성이 높으며 무역(비관세) 장벽화할 가능성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산자부도 "CSR 국제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는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전경련과 정부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가적 CSR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전경련은 회원사에 UN차원의 CSR 기구인 '글로벌 컴팩트' 가입을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CSR에 대한 대응전략은 겉으로 드러난 다급함과 다르다. 우선 개별업체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여전히 세계적 추세에 못 미치는 수준이 확인된다. SK텔레콤 사회공헌팀의 한 관계자는 "제3세계 국가들이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쉽게 규제화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단 한 기업도 가입하지 않은 UN 글로벌컴팩트에 세계 2천여 유수 기업이 가입한 상태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가 이제야 구성하겠다고 구상한 민관합동기구를 국제논의 초기부터 구성했고 자국 독자적 CSR(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 사회활동을 다루는 부서나 조직의 위상 역시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략 2002년부터 상당수 기업들이 사회활동 전담팀을 꾸린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 홍보실 산하에 둬 위상이 낮다보니 CSR을 경영전략으로 높이는데 제몫을 못하고 있다. 한 기업의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우리팀 활동은 NGO와 함께하는 것일뿐 사실은 마케팅하는 수준”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CSR 조직은 그 위상부터 우리와 확연히 차이난다. 양용희 엔시스콤 대표는 “NEC는 최고 경영진이 본부장으로 참여하는 CSR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윤리경영, 노사ㆍ환경 등 국제표준이 규정한 사회책임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CSR을 경영전략으로 인식하는데 여전히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CSR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사회공헌활동에 외국기업 이상의 투자를 하면서도 비용 대비 효과는 거두지 못한다. 양용희 대표는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쓰는 비용은 세후 순이익의 1%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잡고 있는 외국 기업들보다 웃돈다”며 “하지만 CSR에 관한 체계적인 전략의 부재 때문에 쓰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기업 사회공헌팀 일선 직원들에 따르면, CEO가 ‘남 돕는 일에 무슨 전략이 필요한가’라는 인식을 가진 경우도 흔하고, 회사의 중장기적 목표 설정과 프로그램이 없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예산책정의 근거 역시 주먹구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반부패와 노동인권개선 등에서 국제표준 수용을 망설이는 재계의 태도가 CSR의 국내 정착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재계는 최근 증권집단소송법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을 강력한 로비를 통해 무력화시킨 바 있고, 삼성그룹은 계열사에서 노조 활동가에 대한 불법위치추적 문제가 불거질 정도로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이런 정책은 당연히 CSR 국제표준 위반이다. 삼성SDI,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국제표준화 운동의 대표격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준해 2003년부터 CSR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노사관계, 근로조건 등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거의 없고, 뇌물공여ㆍ공정거래법 위반 등도 전혀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서 표준도 거의 지키지 않았다는 평가다. 윤리경영 의지가 여전히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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